3월에 다녀온 대만 자유여행은 즐거웠지만,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문득 '나이가 드니 패키지여행이 더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숙소, 이동, 관광, 식사까지 신경 쓸 것 없이 가이드님만 따라다니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요! 물론 각자의 여행 스타일에 맞춰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겠지만요.
1일 차 (4월 16일): 설렘 안고 제주 도착, 그러나…
저녁 6시 15분 대한항공 비행기로 김포공항을 출발! 한 시간 남짓 날아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역시나 가이드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비행기로 오시는 분들을 기다려야 해서 꽤 오랜 시간을 공항에서 보냈네요.
제주에는 여행사 지점을 둘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주 현지 여행사와 연합해서 패키지여행이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중년 여성분들이 친구들끼리 오신 경우가 많았고, 저희처럼 은퇴 후 부부 여행으로 오신 분들, 아이와 엄마, 할머니 삼대가 함께 온 가족 여행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가성비 때문에 패키지여행을 많이 찾는다고 하더군요.
늦은 저녁시간이라 예약된 호텔로 바로 이동했는데, 호텔 주변에는 밤 9시 넘어서 문을 연 식당이 없었습니다. 결국 GS25 편의점에서 컵밥과 만두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마신 커피와 숙소에서 마신 맥주 때문이었을까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답니다.
2일 차 (4월 17일): 아름다운 꽃들과 아쉬웠던 날씨
아침 7시 40분까지 관광버스에 탑승해야 해서 새벽 6시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6시 40분에 호텔 조식 뷔페로 향했습니다. 한국 분들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한식과 양식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하루 종일 돌아다닐 것을 생각하며 든든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버스가 도착했는데, 다른 두 군데 호텔에 들러 사람들을 태우고 오느라 늦어졌다고 하더군요. 첫 번째 방문지는 바로 '카멜리아힐' 수목원이었습니다. 동백꽃, 수국, 수선화 등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꽃을 정말 좋아하는 제 짝꿍은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 첫날이라 즐겁게 찍어줬지만 둘째 날에는 조금 짜증을 냈던 것 같네요.
두 번째 일정은 '석부작 테마농원'이었습니다. 40여 년 동안 주인장의 예술혼이 담긴 분재와 석부작 화선석으로 꾸며진 정원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14년 동안 가꾸고 오픈한 지 1년도 채 안 되었다고 하는데, KBS 인간극장에도 소개되었다고 하더군요.
세 번째 일정은 '가파도'였습니다. 아쉽게도 이슬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 탓에 청보리밭의 멋진 풍경을 제대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100여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때 짜증이 나서 짝꿍에게 꽃구경 별로 안 좋아한다고까지 말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 사진들을 다시 보니 그때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기분이 좋습니다.
저녁에는 '아트써커스' 공연을 관람했는데, 중국 여행에서 봤던 신기하고 멋진 공연을 제주에서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저녁 식사로는 제주 흑돼지를 먹었는데, 육지에서 먹었던 돼지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중간 쪽잠을 많이 잤지만, 피로는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숙소에 도착 후 간단히 씻고 TV를 잠깐 보다가 밤 9시 30분쯤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습니다. 첫날밤에는 갱년기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건가 싶어 걱정이 많았는데, 덕분에 깔끔하게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3일 차 (4월 18일): 다양한 체험과 맛있는 저녁 식사
오늘은 저희 호텔이 첫 번째 픽업 장소라 아침 7시 20분까지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서둘러 6시 30분 식당 문이 열자마자 들어가 한식으로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첫 번째 코스는 '농·수산물 직매장'이었습니다. 역시 패키지여행에는 이런 쇼핑 코스가 빠질 수 없죠.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에코랜드 테마파크'로 향했습니다. 에코랜드는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 모델의 기차를 타고 약 4.5km 거리의 곶자왈을 체험하는 테마파크입니다. 기차를 타니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각 기차역마다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단체여행이라 시간 제약 때문에 전부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음에 제주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성읍민속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예전에 왔었던 민속촌을 생각했는데,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둘러보며 제주 전통 가옥과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의 역사와 풍속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굼벵이 가루를 판매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변가에서 사진을 찍고 족욕 체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집에서도 가끔 족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 일정은 요트 투어였습니다. 요트를 타고 푸른 바다로 나가 멋진 사진도 찍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정말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저녁 식사로는 싱싱한 부시리회와 따뜻한 전복죽을 먹었습니다. 특히 부시리회의 쫄깃한 식감이 잊을 수 없네요.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러 옛날에 즐겨 먹었던 쫀득이를 발견하고 '당근 쫀득이'와 '감귤 쫀득이'를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3박 4일의 패키지여행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4일 차(4월 19일): 아쉬움을 뒤로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제주 패키지여행을 통해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관광하고 싶을 때는 패키지여행이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반대로 휴양지에서 여유롭게 쉬고 싶을 때는 자유여행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방문했던 제주이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자유여행으로는 쉽게 가볼 수 없는 곳들을 패키지여행을 통해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정말 최고였고요! 은퇴 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제주 패키지여행도 한번 고려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