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동탄호수공원, '가을밤의 산책'이 내게 알려준 것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눈과 귀! 세상은 요지경😃 입니다.

 

찌는 듯한 여름의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피부에 닿는 공기가 제법 서늘해진 9월의 밤입니다. 유난히 높고 푸르렀던 가을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물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저는 어김없이 현관문을 나섭니다. 바로, 1년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가을밤 산책'을 위해서죠.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복잡한 계획 없이, 그저 편안한 신발 하나만 신고 나서는 동네 한 바퀴. 제가 사는 화성의 보물 같은 공간, 동탄호수공원을 거닐며, 잃어버렸던 일상의 여유와 행복을 되찾는 저만의 가을밤 산책 코스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출발점은 '사람들의 온기'

저의 산책은 고요한 자연이 아닌, 호수공원 주변 상가의 따뜻한 불빛 속에서 시작됩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가족들의 웃음소리,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은 연인들의 속삭임. 저마다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온기는, 혼자 걷는 산책길의 훌륭한 길동무가 되어줍니다. 화려한 불빛을 뒤로하고 호숫가의 어두운 산책로로 접어드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2. 호수에 비친 도시의 밤, 그리고 '루나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잔잔한 호수 위로 아파트와 상가의 불빛들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집니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마치 도시의 밤이 통째로 호수 아래 잠겨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되죠.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저녁 8시 30분에 시작되는 '루나쇼'입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밤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화려한 분수 쇼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온종일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걱정들이 잠시나마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3. 풀벌레 소리와 '함께 걷는' 사람들

화려한 분수 쇼가 끝나고, 조금 더 한적한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귓가에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 대신, 오직 가을밤의 주인공인 풀벌레 소리만이 가득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처럼 이 가을밤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는 젊은 부부, 이어폰을 끼고 홀로 사색에 잠긴 청년까지. 우리는 서로 이름도, 사연도 모르지만, '오늘 밤, 이곳의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고 있다'는 기분 좋은 유대감을 느낍니다.

 

마무리하며

가을밤의 산책은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 자신과 만나는 가장 가까운 여행입니다.

오늘 저녁,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현관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집 앞에도, 분명 보석처럼 빛나는 '나만의 산책 코스'가 숨어있을지 모릅니다.